향령의 모놀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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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둘째 편) 종도여, 다시 한번 새로운 각오를 !
김소인 2008-02-27 추천 0 댓글 4 조회 992

역시 <선지학교> 제81기를 졸업, 주님의 신실한 종도가 될 그들에게 주는 말이다. 이번엔, 내가 유달리 지금까지 영 잊히지 않고 있는 감명적 미 영화 <나는 고백한다>의 라스트 신(last scene)부문을 가지고 몇 마디 하려한다.

 

그 영화작품 종반 골자다. 세계적 명 배우 몽고메리 클리프트가 분장한 가톨릭 성당의 한 신부, 그는 살인사건의 범인을 진작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그는 이를 절대 밝히지 않는다. 그 까닭으로 인해 공교롭게도 외려 자신이 살인자라는 누명을 부득불 뒤집어쓰게 된다. 

 

진범은 성당의 시종(侍從)이었다. 그런 그 자는 어느 이른 새벽께 신부복장으로 위장, 남몰래 감쪽같이 살인을 저질렀던 것이다. 그런데 이를 어두운 골목 안 먼발치에서 엇비스듬 본 이웃의 목격자가 나타나 신부의 범행이 틀림없다고 발설한다. 그로인해 성당의 신부가 졸지에 범인으로 몰린다. 그래서 신부는 결국은 살인 혐의로 고발조치 되어 법정 증언대에 불려나와 일차 준엄한 심리를 받는다. 그때 그는 단지 자신의 알리바이(alibi)를 입증하며 결백만을 줄기차게 진술할 뿐이다. 그러나 배심원측은 물론, 검사와 판사 모두 신부의 안타까운 그 호소를 참작은커녕, 아예 묵살해 버리고 본건을 차기 결심공판으로 넘긴다. 

 

그리하여 아직 불구속 입건상태인 그 신부는 우선 법정을 나서게 된다. 그렇지만 법정 문밖엔 각계 언론기관 카메라맨과 기자들이 숱하게 몰려들어 취재하는 가운데 무지몽매한 군중은 신부 그에게 여지없이 심한 욕설에다 야유와 함께 투석을 가하는가 하면 침을 뱉는다. 그 탓에 신부복은 금방 몹시 더렵혀진다  

 

그 수치와 모멸 수난현상은 신부에게 있어서 실로 치욕의 극치였다. 그런데도 신부는 다만 초췌한 얼굴일뿐, 입을 굳게 다물고 내내 침묵이었다. 그러면서 그는 긴 돌계단을 묵묵히 내려와 무거운 걸음으로서 하염없이 거리를 걷는다. 그러다가 어느 보도지점에 이르러 문득 그 발길을 멈춘다.

 

상가의 한 양복상회 앞이었다. 그 상회 쇼윈도엔 마네킹에 신사복이 입혀져 진열해 놓았는데, 오늘따라 그 신사복은 무척 부러운 대상으로 느껴졌던 것이다. 그리하여 그는 우수의 그림자가 잔뜩 배인 표정으로서 그 매점의 창속을 자꾸 들여다본다. 그러면서 사제서품 받아 신부복 입게 된 지금의 자기 자신을 사뭇 원망하며 후회한다. 또 이어서, 자신이 만일 신부의 길을 택정하지 않고 그 마네킹처럼 일반 통상복의 평민이었다면, 이토록 애먼 사건에 결코 휘말리지 않았으리라는 그런 생각에 미친다. 그래서 그는 절로 하늘을 우러러 한숨을 쉰다.  

 

그리고는 기진맥진 허탈하여 우두커니 그냥 선채 우연히도 이쪽 가로변에서 고개를 돌려 차도 건너 저 편에의 푸른 잔디 깔린 너른 공원지대를 찬찬히 맞바라본다. 거기엔 아, 인류구원을 실현하기 위하여 가시나무줄기의 쓰개를 머리에 쓴 예수님 조각 동상이 우뚝 세워져 있었던 것이다. 육중한 십자가형틀을 힘 부치게 짊어지고 골고다언덕을 향해 비스듬 기운자세로 오르는 모습이었다.

 

곧, 그 입체적 동상의 피사체는 크게 클로즈업되어 신부 시야에 하나 가득히 다가와 비쳐졌다. 바로 그때, 그 신부는 나약한 한 인간으로서 더 견딜 수 없을만큼 일그러진 얼굴을 하고 심히 괴로워하며 고민한다. 신사복장과 신부복 차림 사이에서 겪는 갈등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 현상은 잠시였고, 자아의 내면세계를 향해 깊이 성찰하고 있었다. 그런 나머지 그는 갑자기 눈물을 울컥 머금고, 바른손을 들어 십자가형의 성호를 가슴앞에 긋더니 비장한 새 각오를 다졌다. 그 다음, 그는 이제껏 수심에 차 걷던 방향을 돌이켜 자신의 시무 성당 쪽으로 바삐 서둘러 갔다. 그로부터 얼마 후, 저 멀리 성당의 종소리가 아련히 거듭 울려, 온 시가지에 안개처럼 널리 번지는 것이었다. 

 

이상은, 내가 1960년대 초반 서울장안 극장가 대명사 <단성사>에서 관람한 명화 <나는 고백한다>로써, 후반부쯤에 이른 장면 해설이다. 그러나 아득히 세월 흐른 작금에 그 영화 감상 기억을 더듬어 대충이나마 여기에 기술하여 놓자니 필경 서툰 해설 흠이 있다고 간주한다. 그런데 그 명화 작품 구성 내용 스토리는 이에서 끝나지 않고, 진범이 그의 부인에 의해 밝혀지기까지 관객으로 하여금 간담 서늘케 더 이어진다. 계속 서스펜스와 스릴로서다.

 

그래서 그 명화는 더욱 인상 짙게 뇌리에 남지만, 여하튼 그 가톨릭 신부가 실존적으로 끊임없이 부딪힌 그 고뇌의 과정은 너무나도 리얼했다고 친다.

 

한편, 이는 오늘날 전국 각처 복음전선 현장에서 꾸준히 시무중인 주님의 참다운 종도이면 그 누구나 격돌할 수 있는 무거운 난제 중 한 가지가 아닐까. 그래서인데, 금번 <선지학교> 제81기 졸업과 동시에 은총(恩寵)의 유니폼(uniform)입고서 <사랑/희생/헌신/봉사>를 실천모토(motto)로 표방하고 부임지 향해 떠나는 그 새<사관>일진댄 더 한층 그런 법이니라고 그렇게 유독 일러주고 싶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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