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의 추수감사절을 맞으며
손연숙
2009-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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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이라 가을 바람 솔~솔 불어오니 푸른 잎은 붉은치마 갈아입고서 남쪽나라 찾아 가는 제비 불러 모아 봄이 오면 다시 오라 부탁하누나 ' 1950년대 후반의 가을 바람은 지금보다 훨씬 쌀쌀하고 추웠던 기억이 있다. 그것도 동이 훤히 트이는 새벽이었기에 더했겠다.
지붕도 없는 트럭 뒷칸에 꾀죄죄한 모습으로 한껏 멋을 낸 시골 국민학교 6학년 아이들 30여명이 올라타고 있었다. 손에는 엄마가 싸 준 도시락통을 들고 .......
우리들의 수학여행 목적지는 온양온천이었다. 해마다 6학년 소풍은 원거리인 수덕사나 온양온천으로 봄,가을 다녀오는 것이 큰 행사였기에 그 전날은 날씨가 좋기를 염원하며 밤잠을 못이루고 들락거리던 사뭇 들뜬 여행이 바로 가을 소풍이었다. 지금 다 기억은 안 난다. 그 때 무엇을 보았는지, 그리고 그 유명한 온천장에 가서 목욕을 했는지 안 했는지 조차 기억이 없다.( 물론 선생님들이 단체 목욕을 시켜 주었을 것으로 생각은 한다)
다만 기억나는 것은 찬 바람 쌩쌩 부는 10월말의 새벽에 그것도 위험을 막기 위해 몇겹씩 밧줄로 두른 트럭위에서 손에 잡히는 차디 찬 손잡이를 꽉 잡은채 서로 앞을 바라보며 ' 가을이라 가을 바람' 을 목청껏 외쳐 불렀던 기억이 있다. 그렇게도 기분이 좋았던 소풍이었다. 30리 비 포장 도로를 트럭으로 달린 후, 예산역에서 아마도 생애 처음 타 보는 완행열차를 타고 한 시간여 달려 온양에 도착했었으리라. 많은 상가들과 오가는 자동차들과 사람들..... 시골 들녘만 바라보며 살던 소년, 소녀들에게 그 당시의 온양의 모습은 아마도 지금의 서울과 같은 황홀한 모습이 아니었을까 싶다.
태어나면서 부터 극성스러우셨던 할머니의 사랑때문에 나는 초등학교 2학년이 될 때까지 할머니 할아버지와 같이 수원에서 살았었다. 그 때는 그냥 그렇게 사는 줄 알았었다.
시대가 달랐기에 자세한 내용은 알 수 없지만, 그 당시 만주 봉천 (지금의 심양)에서 큰 병원을 운영하시던 내아버지가 해방과 전쟁을 겪으면서 우리 땅에 돌아 와 자리를 잡는 중에 아버지가 택한 곳은 비교적 전쟁의 상흔이 적은 충남 예산, 그 당시 엄마의 고향인 처가댁이 있는 고장이었다. 그러는 와중에 부모님들과 헤어지면서 큰 딸인 나를 호랑이 같이 억센 어머니에게 빼앗기고 만 것이다. 그동안 자식을 뺏긴(?) 부모의 마음으로 1년에 몇차레씩 그 불편한 교통수단을 이용하여 수원을 다녀갔지만 할머니의 고집을 꺾을 수 없어 애를 태우다가 드디어 국민학교 2학년 때 나는 부모님의 품으로 돌아 올 수 있었다.
그 때부터 시작된 나의 소녀시절, 그 후로 수 많은 가을을 맞으며 내 나이 벌써 60을 훌쩍 넘은 할머니가 되어가고 있다. 그 동안 여러가지 모양의 가을을 맞으며 이 나이에 이르렀음을 느낀다. 소녀시절 빨간 낙엽을 책 갈피에 끼워넣으며 그냥 아름다웠던 가을이 있었고, 3-40대는 주어진 일이 있어 계절이 바뀌는 것도 느끼지 못하며 더우면 여름이고 추우면 겨울이구나 하면서 지낸 것 같고, 50대 때에는 아이들을 떠나 보내면서 혹은 우리가 떠나면서 조금 더 쓸쓸하고 외로운 가을을 느꼈던 것 같다. 이제 자녀들의 길이 모두 정해졌고, 그에 따라 우리의 앞길도 거의 마무리 되어가는 자리에서 또 한번의 추수감사절을 맞는다. 올해의 추수감사절은 그 어느때보다 감사한 마음 가득하다.
개인적으로, 갑자기 닥쳐 온 가족의 건강문제로 너무나 힘들었던 순간이 있었지만, 언제나 좋은 것으로 우리에게 허락하셨던 하나님께서 사랑하는 믿음의 가족들의 기도를 들으시고 건강을 회복시켜 주셔서 하루 하루 해야 할 일들을 넉넉히 감당 할수 있게 하셨고, 자녀들도 하나씩 식구를 늘려가며 행복한 삶을 하나님 안에서 살아가고 있음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또한 2006년에 개척된 우리 푸른초장교회가 비록 모이는 숫자나 교회 프로그램에서 내놓고 자랑할 것은 못되어도, 적어도 교회를 사랑하며 예배드리는 가족들이 있기에 우리는 행복한 마음으로 모여 하나님께 예배하는 교회가 되었다. 특별히 교회의 주인이신 예수님을 모시고 일하는 일군으로 선교정교를 임명할 수 있는 특별한 축복을 받은 것이 올해의 추수감사절이다. 교회의 일군은 사람이 세우는 게 아니요 하나님께서 세우시는 것을 철저히 믿기에 우리 모두는 겸손한 마음으로 남창호 정교님의 선교정교 임명을 하나님께 진심으로 감사 드린다.
주위에 그리고 가족 중에 아직도 건강문제로 드려야 할 기도제목이 있고, 언젠가 하나님 앞에 서게될 날을 위해 해결하고 갖추어야 할 많은 과제들이 있지만, 그래도 오늘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하시고 이 좋은 날들을 즐거워 하며 감사할 수 있는 마음과 환경을 허락하신 하나님께 다시 한번 감사와 찬양을 돌려드린다.
추수감사절을 진심으로 기뻐하는 이 땅의 모든 사람들에게 하나님의 축복하심이 더욱 풍성하기를 마음속으로 빌어 본다.
댓글1개
사모님, 올해 많이 힘드셨죠. 사관님의 건강이 속히 회복되시길 기도드리고 있습니다.
매년마다 풍성한 삶의 열매들을 허락하시는 하나님께 감사와 찬송을 올려드립니다.
하나님이 우리에게 베푸시는 사랑은 언제나 한결같은데
나의 마음은 한결같지 않으니 부끄러움 가득합니다.
나눔과 격려, 그리고 위로와 사랑이 가득한 추수감사절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