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령의 모놀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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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맞이만이라도
김소인 2008-03-09 추천 1 댓글 1 조회 1103

가을 그리고 추석. 이 무렵이면 어쩌다 객지에 사는 사람들은 너나없이 향수를 달래며 한 번쯤은 고향 생각에 잠기곤 할것이 었다. 더욱이 정든 산천과 부모 형제를 북녘 땅에 두고 온 실향민들에게 있어서랴.

 

신약 성서 누가복음 15장 비유의 탕자는 결국 고향 아버지가 그리워 다시 찾아 갔다지만, 실향민들이야 부모형제 그리워 만나고파 그 고향 나들이를 하려해도 시행 못하는 딱한 실정이고 보면 순수 인간적으로 비견하면 그 탕자보다 더 비애가 클수 밖에 없다 하겠다.

 

이제, 추석이 다가오면서 가을 정취는 본격적으로  완연해져 간다. 그런데 이 자정이 넘은 가을 밤에 문득 듣고 싶은 두 편의 노래가 떠오른다. 왜일까 ...

 

   

   * 깊어가는 가을 밤에 낯설은 타향에 외로운 맘 그지없어 나 홀로 서러워.

     그리워라 나 살던 곳 사랑하는 부모형제 

     꿈결에도 방황하는 내 정든 옛 고향.

 

 

   * 울밑에 귀뚜라미 우는 달밤에 기럭기럭 기러기 날아 갑니다.

     가도가도 끝없는 너른 하늘을 엄마엄마 찾으며 날아 갑니다.  

 

 

그러고보니 불현듯 생각나는 역사적 장면이 뇌리에 스친다. 아주 오래전이었다. 남북 이산간족간에 있었던 만남의 현장 ㅡ.

 

서울에서 열린 상봉의 자리에 참석한 어느 노모는 너무도 흥분했던 탓이었을까, 아니면 노쇠하여 흐려진 시력때문이었는가, 날이면 날마다 골수에 사무치게 그리던 북의 아들을 마침내 만난터에 그리고 그 아들이 곁에서 <오마니, 나야요!>하고 그토록 거듭거듭 애절하게 울부짖었건만 정작 그 <오마니>는 마치 넋을 잃은 듯 그저 멍하니 그냥 앉아 있기만 해서 이를 유심히 지켜보던 남북 이산가족 상봉 주최 관계자 및 주변 취재 기자들까지 몹시 안절부절 못하며 안탑깝게 했었다.

 

그뿐아니라, 그 민족의 비극적 실황을 텔레비전 중계방영으로서 여과없이 시청하던 온 우리 국민은 그 누구나 애 태우며 눈시울 적시지 않을수 없었다.  

 

한편, 평양 만남의 현장 그곳에서는 반백이 되어 상봉한 오누이가 서로 얼싸 안은채 말끝을 변변히 잇지 못하고 줄곧 흐느끼기만 하던 그 처절한 장면 역시 비통 그것이였기에 모든 사람들마다의 가슴을 아프게 찢겨 놨었다.   

 

서울서 간 어느 분은 평양측의 가족과 마지막 고별하던 날, 앞으로는 보름 달이 뜰적마다 그 달을 우리 서로의 얼굴 모습 이듯 마냥 쳐다 보며 멀리서나마 안녕을 기원하자고 단단히 다짐하고서 뒤돌아섰단다. 

 

그래서다. 해마다 매한가지인 원이지만 올 추석날 십오야의 둥근 달이 휘영청 밝게 떠올랐으면 한다. 이는, 무엇보다 그 이산가족 상호 굳게 약조 맹세했다던 그 달맞이 이행 중단없기를 희원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고향을 달리 두고 타관살이 하는 계층들 또한 그 추석 명절 밤 하늘에 뜬 만월만이라도 쳐다 볼 수 있게 되기를 절실히 기대해서이다.

 

그러나, 중천에 뜬 달이야 아무라도 으레 쳐다본다지만, 철천지한의 군사분계선 사이에 둔 이산가족 당사자끼리 서로는 그 그리움 얽인 매듭을 어이 쉬이 풀어 승화시키랴. 그런가하면 천리도 아니 된 지척의 고향 땅인데 그 길 찾아 나서지 못한 그 이지러지고 구겨진 인생 처지 신세는 어찌 가눌 수 있으려나. 그리고, 목메어 오도록 소리쳐 울 서러운 그 심정은 또 어떻게 달래며 삭일가보냐.    - 끝 -  

        

                              -----------------------     

       * 덧붙임/ 위 사진은 수년전 추석날 밤 경기도 양평 양수리 북한강변에서 직점 촬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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