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로부터 우리나라에 <범은 죽으면 모피를 남기고, 사람이 죽으면 그의 이름을 후세에 길이 남긴다>라는 속어가 있어 왔다. 이는, 통속적인 민간 격언이지만 삶의 원리를 응축시킨 값진 금언이라고 여기게 된다. 어느 인물의 됨됨이를 세세히 짚어내고 보다 선명하게 인지하려면은, 살아있을 그 당대가 아니라 사망한 연후에 확연히 드러난다는 의미가 내포된 교훈적 어구인 것이다.
사실, 비행문제 투성인 어느 지배 계층 인물이 생존했을 당시엔 그의 세력, 재산 그리고 기세 등등 때문에 사실과는 전혀 동떨어지게 오히려 미화되어 알려지고 평가되는 게 다반사다. 물론, 그 같은 위선과 가식의 원인 제공자는 재언 할 나위없이 그 당사자인 장본인이라 하겠거니와, 대부분 아첨과 비위를 맞추며 빌붙어 사는 주변 사람들에 의해서 그렇듯 조작되어지는 게 통례이다.
그런데, 그런 불순한 사람들의 인간관계 현상도 어느 날 그 고얀 장본인인이 죽었다는 소식에 접하면, 그 당장 이제까지의 태도를 완전히 바꾸어 온갖 험담과 함께 악평을 늘어 놓게 된다. 즉, 안면 박대형 행동으로 돌변하고 만다.
그래서 다음과 같은 설화가 전해져 온다. <평소 악명 높은 정승 집에서 먹이는 당나귀가 만일 앓으면 동네 사람들 저마다 문병 나서지만, 막상 그 당나귀 임자인 정승이 사망한 경우엔 문상은커녕, 모두들 그 집 쪽 향해선 소피조차 안 보려 한다>라고 ㅡ.
그 전래의 민담은 우리 인간들의 교활한 양면적 속성과 더불어 간사성을 풍자적으로 잘 묘사 표현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것보다 사람은 그 누구나 평소 살아 있을때에 후한 인심 베푸는 한편, 또 사회적으로 덕을 세워야 그가 죽은 후에 역시 오래도록 찬사를 받게 된다는 것을 강조한 말이 아닐까 싶다.
사실 그렇다. 백성들에게 선정을 편 어진 임금을 비롯하여 나라를 사랑 한 옛 충신들의 명성은 흘러가는 세월에도 잊혀지지 않고 더욱 빛나고 있다.
또한 사회적으로 어떤 공로나 인덕을 끼치고 살다 간 선인들 이름 역시 후대 사람들의 마음에 계속 이어져 추앙받고 있음을 본다.
자, 그렇다면 우리 각자는 참 옳고 바르게 살아가야 한다. 하지만, 아무런 공적 없으면서도 자신의 명성만은 오래 날리려는 그 그릇 된 사람들이 꽤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이를테면 이런 경우이다. 등산하다 보면 풍치 뛰어난 암석 아니면 벼랑바위엔 꼭 이름 석 자를 커다라니 정으로 음각해 놓아 <나 여기 왔다 가노라> 뜻한 그런 흔적 남긴 그 자체가 바로 그 실례라 쳐도 과히 빗간 판단은 아닌 그 것.
그리고 더 부언하고 싶은 대목이 있다. 그 것은, 단순히 노방 공덕비 또는 건물 대리석에 성명 서넛 문자 새겨 놨다고 해서 그것으로써 그 인품이 영원히 빛나짐은 아니라는 그 사실이다. 그러니, 우리 모두 삶답게 살자. <사람이면 다 사람이드냐, 사람다운 구실하는 그 사람이 참 사람>인 것 아니겠나. 그러므로, 우리 모두의 이름이 하늘나라 생명록에 등재되도록 곱고도 올곧게 처신하고 살아 가기를!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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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덧붙임/ 위 사진은 경기도 용인 민속촌에서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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