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밖에서 돌아오는 사관님으로 부터 두툼한 책 한권이 내게 전달되었다.
이름하여" 너무작기에 더욱 소중한 " 한국의 고아들을 돕기 위해 시작된 국제컴패션의 총재이신 웨스 스태포드박사의 자서전적인 책이었다. 보통의 것보다 제법 두꺼운책이어서 끝까지 읽어보겠다는 생각보다는 무엇에 관한 이야기인가 보자- 하고 시작한 것이 어느덧 반정도의 속도로 나아가고있다. 사실 시간이야 언제나 변함없이 하루24시간이 내게 주어져있지만, 어디에다 한꺼번에 1-2시간 이상을 투자하기 어려운게 나의 생활이자 습관이기에 한번 시작한 것을 끈질기게 끝장을 내지못하는 약점이 있긴하지만, 한구절, 한구절이 너무나 공감이 되어 중간에 그만둘수 없는 책이었다.
몇부분을 소개한다.
" 1800년대 미국의 가장 유명한 전도자였던 D. L. 무디가 어느날 집회를 마치고 밤늦게 집에 돌아왔을 때, 그의 아내 엠마는 이미 잠들어 있었다. 무디가 지친 몸을 침대에 눕히자 엠마는 몸을 돌려 잠에 취한 목소리로 물었다. "오늘 어땠어요?" " 괜챦았어요. 두명반이 예수님을 영접했거든요." 엠마는 누워서 남편의 대답을 곰곰이 생각하다가 빙그레 미소지었다. "잘됐네요. 그 아이는 몇살이죠?"
" 아니, 아니예요. 아이 두명에 어른 하나였어요. 아이들은 앞으로 살날이 더 많잖아요. 어른들은 이미 절반은 다 산 사람들이고...."
어쩌면 무디목사님은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었을까? 시카고에 갈적마다 앞날의 사역을 위해 무디에서 대학원 코스를 밟고 있는 두 자녀들 덕분에 청강생으로 강의를 받기도 하고, founder's week (매년 2월 첫주간) 에 참석하여 많은 은혜와 배움의 혜택을 받으면서 영적인 각성을 얻고있지만, 정말 하나님께서 들어쓰시는 영적지도자들에게는 보통의 사람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깊이가 있음을 느끼게 하는 말이다. 저자도 솔직히 고백하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니 자기자신도 어린이를 위한 사역을 하는 국제컴패션에서 일한지 10년이 되었을 때에 이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도 2명의 어른과 1명의 어린이가 강단 앞에 서있는 모습을 떠올렸다고 고백하고 있다.
또한 그는 석기시대를 갓 벗어난 상태의 미개한 환경에서 성경을 번역하는 선교사로 사역한 부모와 함께 14살까지 서아프리카의 아이보리코스트에 위치한 작은 외딴 마을에서 원시에 가까운 소년기를 보낸것을 회상하는가 하면, 하루아침에 세계 최첨단의 도시인 뉴욕에서의 삶의 모습을 대조하면서, 참으로 마음 따뜻한 인간들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털어놓고 있다.
그는 또한 10살무렵, '니엘'에서의 결코 잊을 수없는 어느 수요일을 말한다.
" 그 날은 장날이었다. ...... 마을은 온통 농담과 이야기를 주고 받는 소리, 웃음소리로 시끌벅적했다.물건과 웃음을 함께 교환하는 날이 시작되고 있었다. ..... 이런 활기찬 분위기 속에 돌연 프랑스 식민지 관리호송대가 찦차를 타고 굉음을 울리며 마을로 들어섰다... 갑자기 카키색 반바지에 끝이 쬬족한 헬멧을 쓴 관리들이 급히 마을 지도자들을 장터어귀에 불러모았다. 그리고는 '미래에 대한 기대' 라는 주제로 질문을 퍼부어대기 시작했다. " 이곳의 인구가 10년후에는 얼마가 되리라고 생각하나?" " 학교의 학생수는 얼마나 늘어날까?" " 그때까지 병원이 들어서리라고 생각하는가?" "그때쯤이면 수수를 몇 킬로그램이나 수확하게 될것인가?"........
아무것도 모르는 추장과 부족노인들은 그 성난 방문자들에게 아직 미래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 질문에 대한 대답을 정말로 모른다고 대답했다. 그러나 이것은 절대로 용납될 수 없는 일이었다. 정부관리들은 만약에 아무 대답도 하지 않는다면, 수도 '아비잔'에 이마을이 반항적이고 비협조적이라고 보고할 수 밖에 없으며 그것은 우리의 '향후개발' 계획에 있어 좋은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협박했다..... 그리고 그들은 더 협조적이고 진보적인 마을을 찾아 흙먼지를 날리며 달려갔다..... 장터의 축제분위기는 가라앉아버렸고 추장은 노기등등해서 자기 안뜰로 들어가 버렸다. 우리 아이들은 추장이 그렇게 화내는 것을 본적이 없었다. 땅거미가 질 무렵, 마을 사람들이 추장의 안뜰에 조용하고 엄숙한 태도로 모여들었다. 추장은 여전히 화가 난 얼굴이었고 그의 대나무 의자에서 일어나 고뇌에 찬 모습으로 입을 열었다. " 나는 오늘 어린이들에게 할 말이있다. " 그는 아이들을 한사람씩 둘러보며 말을 시작했다. " 내가 세상을 떠날날도 멀지않았다. 그러면 너희들 중 누군가가 추장이 될것이다. 그때는 앞으로 올 시간, 소위 미래라고 일컬어지는 때이다. 우리는 미래에 대해서 많은 것을 알지도 못하고 알수도없다. 누구나 미래를 궁금해 하지만, 실제로 미래는 알 수있는 것이 아니다.
오늘 '니엘'에 왔던 프랑스인들은 그것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들은 내게 미래에 대한 많은 질문을 했다. 마치 미래를 알 수있기라도 한듯이 말이다!
추장은 다시 한번 한숨을 토해낸뒤에 말을 이었다. " 우리는 그들과 다르다. 그들에게는 시간이 제일 중요하다. 너희들도 그사람들이 손목에 두르고 있는 은색고리를 보았겠지? 그게 하루를 잘게 쪼개서 가늠하는 장치란다. 아비잔에 가면 벽에도 그런 것들이 걸려있지." 그리고나서 그는 매우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 하루를 더 작은 단위로 측정하는 사람들일수록 더 화를 많이 내는것 같더구나." 그러면서 그는 머리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 " 우리 세누포 부족들은 필요한 시간을 재기 위해서 태양의 움직임만 보면 된다. 우리는 언제 일어나고, 언제 밭에 나가 일하고, 언제 사냥을 할지 안다. 언제 그늘에서 쉬어야할지, 언제 집에 가야할지, 언제 자야할지 안다. 아이들아, 그것으로 충분하다! ......시간은 강물과 같은 것이란다. 강이 굽이쳐 흐르듯이 우리는 물이 흘러 내려오고 있다는 것은 알지만 그것을 보거나 알지는 못한단다. 우리는 다만 그것이 흘러내려오고 있다는 걸 알뿐이다. 현재는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신 선물이다. ...... 프랑스인들은 미래가 오는 것을 기디리지 못한다. 그들은 목을 길게 빼고 강의 굽이 너머를 보려고 하지. 그렇다고 그들이 우리보다 더 멀리 볼수있는 것도 아닌데........
"얘들아. 우리는 그들과 다르다! " 모닥불 주변을 둘러보며 추장은 흥분으로 얼굴이 발갛게 상기되어있었다. 우리는 미래가 오리란걸 알고있고, 그 미래가 어떤 모습일지는 모르지만, 하나님은 아신다. 우리는 미래에대해 하나님을 신뢰할 수있다. 우리는 강의 흐름을 무시하고 거센 강물의 흐름을 거슬러 올라가는 짓은 절대하지 않을것이다. 우리는 강둑에 앉아 조용히 경외하는 마음으로 지켜본다. .... 미래는 올때가 되면 온다. 미래는 자기때가 되었을 때 자기방식대로 올 것이다. 얼마나 멋진 선물인가! 우리가 온전히 알고 체험할수 있는 것은 현재뿐이니 현재를 살아야한다. 서로 사랑하고, 히비스커스의 향기를 맡고, 위버새의 지저귐을 듣고, 사자가 으르렁대는 소리를 들어라. 밥위에 얹힌 꿀과 땅콩소스를 음미하고, 웃고, 울고, 삶을 영위하거라" 그의 눈에서 눈물이 반짝였다. " 얘들아, 과거를 잊지말거라. 과거는 미래나 현재와 똑같은 강의 일부분이다. 어느날인가는 나도 그곳에 있을것이고...... 그리고 언젠가는, 지금으로 부터 오랜후에, 너희도 그곳에 있게될 것이다. 오늘이 어제가 되었을 때, 오늘이 과거가 되었을 때, 오늘의 이야기를 너희 아들과 딸들에게 해주어라. 우리는 미래의 일은 모르지만, 하나님은 아시고, 하나님만 아신다. 미래는 하나님의 손에 달려있다. 미래에 대해 걱정하지 말거라. 어쨌거나 미래는 올것이고 하나님께서 돌보실 것이다. 우리는 현재만을 보고 느낄 수 있으며, 과거만을 기억하고 간직할 수있다. 나의 아이들아 그것으로 충분하다 "
저자는 어쩌면 우리가 미개하다고 멸시하는 아프리카 오지의 삶속에서 ,
- 오늘을 온전히 살아라
- 내일은 하나님의 선하신 손안에 있다.
- 장래일에 대해 불안해 하지말아라. 하는 주옥과 같은 삶의 지혜를 그의 나이 10살때 얻은 교훈으로 간직하고 살았다고 고백한다.
앞으로도 읽을 장들이 많이 남아있다. 하나님안에서 진정으로 사랑하고 돌보아 주어야 할 사랑의 대상을 바로 발견한 사람들의 포근한 이야기를 읽으면서 어린아이들을 향한 나의 잘못된 사고와 무관심을 자책하고 뉘우쳐보는 아름다운 만남을 갖게 한 한권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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