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초장의 칼럼

  • 글 나눔방 >
  • 푸른초장의 칼럼
봄의 향기속에서
손연숙 2009-12-06 추천 1 댓글 0 조회 389

3월 중순경 부터 하나씩 둘씩 피기 시작하던 갖가지의 꽃들이 또 하나씩 둘씩 지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더욱 싱그런 푸르름으로 우리의 마음을 풍요롭게 하는 아름답고 축복된 계절입니다. 전에는 때가 되면 피고 지는 꽃들과 초목의 모습을 보면서 그저 예쁘고  좋기만 했는데 지금은 거기다 한가지 다른 느낌을 갖습니다. 무언지 모를 아쉬움 같은것입니다.

' 목련꽃 그늘 아래서 베르테르의 편질 읽노라. 구름꽃 피는 언덕에서 피리를 부노라. 아~아 멀리 떠나와 이름없는 항구에서 배를 타노라....'

소녀 때 부터 김순애님의 4월의 노래를 무척 좋아합니다. 그 노랫말에는 서정적인 아름다움과 함께 새로운 세계를 향해 약동하는 생명의 숨결이 들어있기 때문입니다.  ' 돌아 온 사월은 생명의 등불을 밝혀든다~ 빛나는 꿈의 계절아 ~ 눈물어린 무지개 계절아~' 한반도 남쪽 끝자락 진해에서 해마다 열리는 군항제와 서울의 한 복판 여의도에서 열리는 윤중로 벗꽃축제, 그리고 역사의 도시 경주지역을 중심으로 한 보문, 중문단지의 화려한 꽃잔치, 그리고 전주와 익산, 군산, 정읍의 가로를 눈부시게 만드는 하얀 꽃닢,꽃닢들...... 그리고 개나리, 진달래......

정말 너무나도 화려하고, 황홀한 우리조국의 4월입니다.  

 

그리고 이어 계절의 여왕 5월입니다. 꽃 대신 푸르른 여린잎들이 새로운 삶의 향기를 보내오고 있습니다. 그리고 눈길이 가는 곳마다 너무나 예쁜 모습의 철쭉이 바위틈과, 작은 언덕과 공원, 그리고  대로변에서 해맑은 웃음으로 우리 모두를 환영합니다. 도대체 누가, 언제 그 많은 꽃들을 거기 심어놓았는지, 눈을 들어 보는 곳마다 철쭉의 탄탄하고 화려한 미소가 거기 있습니다. 

 

어제는 어린이 주일이었고 우리 푸른초장교회에서 '야외예배' 를 다녀왔습니다.

장소는 충남 공주시의 한 산자락, 작은 마을이었습니다. 누군가 전원의 생활을 그려보면서 누려보고 싶고, 가져보고 싶은 모습의 환경과 삶의 모습이었습니다. 그 옛날, 철없이 뛰놀던 동산과 냇물이 거기 있었고, 등만 굽혀서 드려다보면 뜯을 수 있는 봄철의 나물들이 거기다 있었습니다.

어렸을 적, 학교에 갔다오면 나물뜯는다고 작은 칼과 바구니를 들고 곧장 들로 나가는 친구들이 그렇게도 부러웠습니다. 그래서 잽싸게 장비를 갖추고 몰래 집을 빠져나와 들판으로 향하는 골목을 빠져나오면, 연숙아~ 하고 부르는 엄마의 소리가 뒤통수를 잡습니다. 그래도 나는 못들은 겁니다. 후다닥 잰 걸음으로 논두렁에 섭니다. 나중에 야단 맞는 것은 그 때 일입니다.

그런데 그 때부터가 문제입니다. 지금 생각하면 무슨 나물을  뜯었는지 자세히 생각은 안납니다만, 아마도 냉이와 쑥, 그리고 가을철엔 우렁이 잡는 일이었던 것 같습니다.

친구들의 바구니는 분을 다투어 풍성해 지는데 내바구니는 갈수록 초라한 모양 그대롭니다. 어디서 그렇게 잘 찾아내는지 저만치서 친구들은 이야기를 해가며 푹푹 땅을 뒤지고 바구니는 차 올라옵니다. 그런데 나는 눈을 비집고 땅을 뒤져도 없는 게 나물입니다. 몇 알갱이 안되는 나물뿌리가 햇빛에 지쳐 하얗게 드러누워 버립니다. 애써 흐트려 세워놓아도 바닥이 훤-하게 보여 오히려 초라한 모습입니다. 친구들하고 비교하기가 싫어 저만치서 혼자 뜯어보지만 언제나 성공을 못하던 일이 나물뜯기였습니다. 어둑어둑해서 거의 빈 바구니로 집에 오는 내 모습은 영낙없는 패잔병의 모습입니다. 당연히 꾸지람이 나옵니다. 몇시간을 보냈으면(내 생각엔 한시간도 안되는 시간인데 엄마는 꼭 몇시간이라고 하셨음- 지금까지 억울함) 한 끼라도 해결할 먹거리가 되어야 하는데, 아무짝에도 보탬이 안된다는 말씀이죠. 지금 생각해 보면 100% 이해가 갑니다. 그래도 내 속으로 종알댑니다. 엄마가 그렇게 불러대고 야단치지 않았으면 마음놓고 친구들처럼 실컷 한번 뜯어보는 건데.....

그 소원을 어제 풀었습니다. 예배후 맛있는 점심을 먹고, 안내하시는 동네분을 따라 낫을 들고 장화를 신고 돌미나리를 베었습니다. 물론 나는 예나 지금이나 주역은 못하고 옆에서 자루를 대고 담는 일과 연한 잎 몇개 손으로 뜯는일을 했지만, 정말 오랫만에 풍요롭고 기분 좋은 노동을 기쁨으로 해보았습니다.

그 다음엔 여기저기 어우러져 있는 머우를 땄고, 그 다음엔 아직도 여리고 싱싱하게 자란 쑥을 낫으로 잘라 한자루를 또 만들었습니다.

사실, 나는 그것 다듬어서 음식을 만드는 일은 별 재미없습니다. 뜯는 재미, 그릇이 채워지는 재미가 정말 내가 어려서부터 해 보고싶었던 진짜 재미였습니다.

 

돌아오는 길은 좀 피곤했지만, 일년 중 가장 아름다운 계절인 4월과 5월을 멋지고 감사하게 장식하게 해주신 우리하나님과 푸른초장교회의 모든 가족들에게 감사한 마음 가득한 푸른 주일이었습니다. 이제 곧 더워질텐데, 그리고 가을이 되고 겨울이 지나면 또 다시 봄철이 오겠지. 어느 때보다 가는 봄이 아쉬운 올해입니다. 아마도 내년의 봄은  더 큰 아쉬움을 남기게 되겠지요.

 

마6장 26절의 말씀이 가슴뭉클하게 다가옵니다.

" 공중의 새를 보라. 심지도않고 거두지도 않고 창고에 모아 들이지도 아니하되 너희 천부께서 기르시나니 너희는 이것들보다 귀하지 아니하냐 "  아멘.  

        

자유게시판 목록
구분 제목 작성자 등록일 추천 조회
이전글 퇴행성 관절염 손연숙 2007.06.01 1 348
다음글 그리고 누가 아는가? 손연숙 2007.04.22 1 351

구세군 푸른초장교회는 2025년 5월 31에 폐교 되었습니다. 여기에서 계속되는 홈피는 20년간 푸른초장교회에서 올린 자료를 보관하고 회원들의 동정과 글을 나누는 모임방 용도로 변경되었습니다.

Copyright © 푸른초장교회모임방. All Rights reserved. MADE BY ONMAM.COM

  • Today28
  • Total102,029
  • rss
  • facebook
  • facebook
  • facebook
  • facebook
  • faceb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