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일상 삶에는 늘 예기치 못했던 일들이 순간순간 일어나는 것을 경험하며 삽니다. 어제는 정말 예기치 못했던 일로 낙엽의 계절에 어울리는 하루를 보내며 내 삶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하는 뜻있는 하루로 보내게 되었습니다.
86세로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은 한 진실된 권사님의 입관식 인도 부탁을 받고 달려간 경기도 여주, 상황이 매우 난처해 어찌할줄을 모르는 상주들의 간곡한 부탁으로 영결예배와 하관식으로 대신한 화장터에서, 가마안으로 들어간 작은 할머니의 시신이 얼마 후, 한줌의 가루와 몇개의 뼈조각으로 나오는 모습을 지켜 보는 거의 예수를 모르는 가족들과 온전히 복음을 증거하며 산 축복의 하루였습니다. 예배라는 형식으로 처음 숙연하게 머리 조아린 시골 사람들에게 있어 장례예배는 더 없이 좋은 증거의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화장이 끝나고 기다리는 2시간여 동안 썰렁한 화장터 마당을 노랗게 물들이고 있는 은행나무 옆에서 친구의 엄마를 보내기 위해 충북 괴산에서 올라왔다는 60대의 젊은 할머니를 만났습니다. 세상에 부러울 것 없이 바쁘게 산다고 했습니다. 사회적으로 가진 직함이 너무 많아 아무도 자기에게 교회에 다니라고 말하는 사람이 없다고도 했습니다.
고인의 따님인 친구 권사님이 자기 친구를 저에게 소개시켜 주면서 말했습니다. "사모님, 저하고 고등학교 적 친군데 그렇게 권해도 아직도 교회엘 안나가네요" 년대가 맞아서인지 입담이 좋은 그녀의 일상이 들춰져 나왔습니다. 너무 재미있는 시간들이 흐르고.....은근히 골쪽으로 그녀를 몰고 가며 유도하던 우리들의 작전속에서 마침내 그는 마음의 아픔과 숨겨놓았던 자락을 펼쳐놓고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자기가 결론을 내렸습니다. " 너는 친구니까 그렇고, 오늘 처음 만나는 사모님 앞에서 내가 참 주착을 많이 떨었는데.....그래, 나도 인제는 나를 위해서 무언가를 찾긴 해야될 것 같아. 천주교도 괞찮지? 우리 며느리 친정이 천주교 찰신자라서 아들도 천주교엘 다니는데 나한텐 한번도 같이 가자곤 안하지만.... "
말끝을 맺는데 유골이 준비되었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권사님의 뼈조각은 유난히 하얬습니다. 하얀 보자기에 곱게 싼 어머님의 유골을 정성껏 가슴으로 끌어 안고 눈물을 훔쳐 가며 가을산을 바라보는 60대의 아들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 삶의 자리를 다시 한번 돌아본 가을의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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