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소년 '르왈하솜' 12세 ---------
평소 돌리지도 않던 TV 화면을 통해 보게 된 "Our Asia" 라는 프로그램이었다.
네팔의 수도 '카트만두' 신호등도 레인도 없는 복잡한 거리에서 마이크로 버스의 차장으로 하루 12시간을 일하며 하루 두끼 밥을 얻어 먹는 것으로 노동력의 댓가를 받으며 고된 삶을 사는 한 소년. 한국 취재진이 찾은 그의 삶은 참으로 어둡고 답답함 그 자체였다. 그래도 온종일 그는 밝게 웃는 얼굴로 버스차장일을 열심히 하며 살고 있다. 1년전, 배가 고파 도저히 견딜 수 없어 몰래 집을 나온 11살 어린 소년은 그렇게 대도시의 삶에 뛰어들었다. 길거리에서 허기 진 배를 안고 헤매던 그를 지금의 버스기사 아저씨가 발견했고 그 식구도 발뻗고 자기 힘든 집에서 함께 살며 돈 한푼 받지않고 그저 잠자고 하루 두끼 먹으면서 거리의 매연속에 12시간을 보내는 삶을 살고있다.
몸으로 신호등 역할을 하며 새카매진 얼굴에 함박웃음을 웃는 해맑은 얼굴의 네팔소년. 화면에서나 대할 수 있는 그의 모습을 바라보며 오랫만에 순수하고 맑은 눈물을 흘려보는 행복을 느껴보았다. 점심식사 후, 버스가 떠날 시간을 기다리는 짧은 오후, 혼자 빈의자에 앉아 수심띈 얼굴이 되곤 하는 소년. 엄마와 고향집이 그리울 때 그는 그렇게 혼자 앉아 고향집을 그리곤 한다.
이렇게 일해서 돈을 얼마나 모았냐는 취재기자의 질문에 '없어요' 라고 짤막하게 대답하는 소년과 그나마라도 일할 수 있는게 다행이 아니냐고 되묻는 버스기사 아저씨의 말에서 네팔의 열악하고 무지한 삶의 모습을 엿볼수있었다.
그래서인지 이 현지 르뽀의 제목이 "감옥에 갇힌 소년의 꿈 " 이다
우두커니 고향집을 그리는 그의 안타까운 사연을 위해 취재진은 소년의 집을 찾아보기로 했다. 주인은 하루의 휴가를 주면서 아저씨들하고 집에가서 엄마 만나보고 와서 또 열심히 일하라고---- 그렇게 쉽게 1년만에 집에 갈수 있으리라고 생각지 못했던 소년은 곧 행복한 모습이 되어 길을 떠난다.
카트만두에서 자동차로 3시간, 그리고 거기서부터 걸어서 5시간을 올라가야 하는 산중턱 오두막집. 고산지대이어서인지 산 허리까지 걸쳐진 구름사이로 추적거리며 비가 내리고 소년은 헌우산과 달랑 비닐봉지에 담아 온 알록달록한 티셔츠 하나를 들고 슬리퍼 차림으로 산길을 돌아 집으로 간다. 흔들거리는 구름다리도 지나 꼬불거리는 진창길을 돌아 모퉁이만 돌아서면 집이란다.
소년의 발걸음이 빨라지는 듯 하더니 몇시간째 들고온 비닐백을 열고 티셔츠를 꺼내 뒤집어 써서 입는다. 왜 그옷을 입느냐는 기자의 물음에 엄마한테 예쁘게 보이고 싶어서라고 대답한다. 드디어 도착한 산 중턱의 오두막 집. 인기척도 없는 것 같이 허전한 부엌쪽을 향해 소년이 소리를 낸다. " 엄마, 나왔어요" 아무도 없을 것 같았던 컴컴한 부엌에서 엄마와 누나가 나온다. 내가 예상했던 그런 상봉의 장면이 아니었다. 아무말 없이 한참을 아들을 바라보는 엄마의 표정속에 모든 감정이 들어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침묵이 부담스러웠던지 아들이 입을연다. " 엄마, 말없이 집을 나가서 죄송해요" 그 때부터 시작되는 모자간의 상봉은 정말 가슴 한켠을 도려내는 아픔 그것이었다. 한참을 앉아있던 소년은 가슴에 뭉쳐있던 말을 엄마한테 한다. " 엄마, 엄마선물 못사와서 미안해요 다음에 올 때는 꼭 돈벌어서 엄마 선물 사올게요" 가슴에 뭉쳐져 있던 그 말을 하면서 소년은 굵은 눈물을 흘리고 있었고 그 다음엔 모두에게 쑥스러워서인지 곧 그 해맑은 미소를 띄우며 웃고있었다.
그렇게 1시간 후, 아들과 엄마는 서로 손을 잡고 이제 곧 다가올 이별을 준비하고 있었다. 아들이 가출한 후 하루도 편한 잠을 잘 수 없었던 36살 엄마는 갑자기 찾아 온 아들을 입맛 한번 다시게 못하고 떠나 보내야 만 했다. 5시간을 걸어서 또 3시간 차를 타고 가야 내일 일에 지장이 없기 때문이다.
비가 내려 질척한 집앞 마당에서 소년은 네팔식 인사를 드린다. 눈물을 흘리며 서있는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19살 누나의 발앞에 손으로 땅을 짚고 예를 표한 인사를 드린 후, 언제 다시 돌아 올 기약 없는 발길을 돌린다.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며 서있는 가족들을 뒤로 하고 떨어지지 않는 발길을 돌리다가 마지막 길 모퉁이를 돌아서면서 한참을 그렇게 가족들을 바라보던 소년은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마지막 소리를 낸다." 엄마, 사랑해요. 건강하세요."
이 세상 엄마의 마음은 그 누구나 똑 같으리라. 1년만에 갑자기 찾아 온 귀여운 아들에게 아무 것도 먹이지 못하고 그저 추적 추적 내리는 빗속에서 1시간 동안 함께 앉았다가 아쉬워 떨어지지 않는 발길을 돌리며 산 모퉁이에 서서 한참을 바라보던 그 해맑은 아이의 모습을 그 엄마가 어떻게 잊고 살 수 있을까?
아이는 또 복잡한 삶 속에서 잠시라도 고향을 잊어버리고 살수도 있다. 그러나 찢어지는 엄마의 마음은 어디서 어떻게 위로 받을 수 있을까?
12살 소년의 귀여운 얼굴과 해맑은 미소위로 엄마의 무거운 얼굴이 겹쳐지는 오후이다. 소년의 꿈처럼 언젠가 버스기사가 되어 엄마의 선물을 한아름 안고 다시 집을 찾을 날도 반드시 있을 것을 믿으며 간절히 그날을 바라는 마음으로 기도드린다." 하나님, 이 땅의 모든 어려운 나라들에도 하나님의 사랑과 구원의 빛을 비춰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거지 나사로에게 주셨던 더 큰 복을 저들에게 주시옵소서" 기도의 메아리는 점점 그 지경을 넓혀나간다. 열악한 환경에서 복음의씨를 뿌리는 오지의 선교사들을 향해!
그리고 하나님의 뜻을 헤아리며 기도하는 이 땅의 모든 기도 용사들을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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