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초장의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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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가지의 나이
손연숙 2008-05-07 추천 1 댓글 1 조회 377
사람은 3가지의 나이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자기 실제나이, 남이 보아 주는 나이, 그리고 자신이 생각하는 자기나이란다. 꽤 일리가 있는 말이라고 생각했고 나도 이 3종류의 나이 속에서 살아온 것 같다. 그런데 요즘 이 3가지에서 2가지로 간격이 좁아진 것 같은 느낌을 나 자신이 갖는다. 얼마전, 참으로 오랫만에 큰 형부의 생일을 기억한 친정 동생들이 찾아왔다. 5월중에도 그 화사한 5일이니 어느누가 그 귀한 시간을 내어 내 가족 아닌 다른 울타리를 넘어오기가 그리 쉬운가! 전날 엄마로부터 둘째와 셋째가 일부러 올라온다는 소리를 듣고 (사실은 여름에 아이들이 큰 행사로 오면 그 핑계로 한번 모이려고 생각했던 차) 마음으로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래도 윗자리 언니들이 부천에 뜬다니까 밑의 동생들을 불러볼까 하고 전화를 돌리니 아침 9시가 조금 넘었는데 집에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오전 11시가 조금 넘어 모처럼 휴일을 맞은 셋째와, 남편이 미주 출장간 틈을 탄 둘째가 한 보따리씩 들고 들이닥쳤다. 바쁜 삶속에서 오랫만에 갖는 휴식의 시간이었다.
미역국과 반찬 몇가지, 그리고 준비해 온 쌀가루로 즉석 인절미를 만들어 먹으며 옛이야기와 오늘의 삶을 함께 나누는 가슴 후련한 한나절을 보냈다.
오후, 올해 한번도 꽃구경을 못나가서 마음 한구석이 섭섭한 엄마를 모시고 가까운 월미도를 돌아 보았다. 어디를 가나 사람구경, 비록 복잡하고 길이 막혀 짜증은 좀 났지만, 어머니를 위한 길이었기에 모두가 행복했다. 다니는 동안, 시골 결혼잔치에 간 동생들로 부터 계속 전화가 오고 갔다. 위로 셋째까지 언니들이 모인다니 저희들도 마음은 다 이곳에 있겠지. 모처럼만의 나들이어서인지 둘째와 셋째가 엄마와 하룻밤을 잔다고 했다. 매일 혼자 주무시는 엄마가 늘 마음에 걸렸는데 그 마음이 얼마나 고마운지 저녁 잘 대접해서 엄마집으로 보냈다. 그리고 넷째. 다섯째가 오면 나도 좀 쉬다가 잠간 가서 놀다오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한 일주일 넘어 가벼운 감기와 함께 속을 다친 일이 있어서인지 하루 그렇게 지낸것 만으로 내 몸이 충분한 것 같았다. 이제 가면 밤늦게까지 버텨야 하는데 그렇게되면 내 자신이나 다음날 활동에 지장이 있을게 뻔했다.
내가 알아서 내몸을 사리는게 제일 좋다는 걸 깨달은게 불과 2-3년 되는 것 같다.
예전 같으면 같이 모이는 기회만 있으면 언제나 빠지지않고 참여하여 가끔씩은 무언의 교통정리도 하면서 약삭 빠르고 따지기 좋아하는 깍쟁이 동생들에게 어리숙한 언니로 사랑어린 질책도 주고 받으며 같이 밤을 새웠을텐데.....
그날, 4명의 동생들이 밤 늦도록 떠들다가 가로 세로 누워 한밤을 지냈다고 했다. 아침에 떠나면서 둘째동생에게서 전화가 왔다. " 언니, 어제 우리 넷이 엄마랑 다 같이 자고 오늘 떠나는 길이야. 언니가 못 오는 것 보니 많이 피곤한가부다 그랬어."  얼마 전 까지도 내 나이가 60이 훌쩍 넘었다고 생각하지 못했다. 실제의 내 나이와 내가 생각하는 나이가 전부 달랐기 때문이다. 물론 남이 보아주는 내 나이는 내 소관이 아니니까 상관없는 일이고.... 그런데 요즘 내가 느끼는 나이가 바로 실제의 내 나이임을 바짝 실감하게 된다. 그래서 이제 그 간격이 3개에서 2개로 줄어들었다. 얼마있으면 남이 보아주는 나이도 실제 나이와 맞아 떨어질테지.... 아직은 전철표를 돈 주고 사야하는 나이이지만, 얼마 안있어 아무말 없이 얼굴만 내밀어도 우대권을 쓱- 내밀어줄, 그리고 당연하다는 표정으로 전철표를 받아 쥘, 그런 나이의 나를 마음으로 조용히 바라보는 5월의 한낮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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