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초장의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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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 온 예쁜 편지
손연숙 2008-11-01 추천 1 댓글 0 조회 399
" 사관님 그리고 사모님, 감사합니다. 기도해 주신 덕분에 저 살아났습니다. 끝도 안 보이고 어둡기만 하던 터널에서 나와보니 이 세상이 왜 이리 아름다와 보이는지요.
저는 많이 좋아졌어요. 아직도 항암치료의 후유증으로 손과 얼굴의 붓기가 안빠져 푸석하긴 하지만, 풍선처럼 부었던 다리의 붓기가 빠진것만으로도 너무나 감사하답니다.
지금은 편하게 걸을수가 있어요. 호수공원을 1시간 20분 정도 쉬지 않고 걸을 수 있으니까요. 물론 아직 속도는 못내고 천천히 산책하는 수준이긴 하지만요.
사랑하는 남편과 함께 아름답게 물들은 잎들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며 또 땅에 떨어져 뒹구는 낙엽을 밟으며 이렇게 아름다운 가을을 즐길 수 있는 순간들이 너무나 귀하고 감사해요. 그러면서 생각했습니다. " 그래, 짧게 살더라도 이렇게 좋은 것을 감상할 수 있고 즐길수 있으면서 살고 싶다 "  라고요.
지금 이 가을이 제 생애에 가장 아름다운 가을입니다.
가을을 좋아한건 사실이지만 이렇게 까지 뼈저리게 아름다운 가을을 가져본 적은 없습니다. 죽은듯, 시간이 멈춰버린듯한 고통을 지나고 나니 이렇게 좋네요.
언제부터인가 매일 흐르던 눈물도 사라졌습니다. 눈물을 거두어 가 주신는 주님께 너무 감사해요. 그저 기다리면 되는데 그 기다림이 너무 힘들어 차라리 죽고싶다고 했네요.

마음은 두 분 너무 뵙고 싶지만 제가 무리를 하면 안되니까 그냥 이렇게 멜로 인사를 드립니다........... 두 분 건강하시죠? 정말 건강하셔야 해요. 제가 이렇게 되고 나니까 제가 사랑하는 주윗분들의 건강이 새삼 걱정이 됩니다. 항암치료를 경험하지 않고 천국 갈 수 있다면 그것처럼 큰 복이 없을 것 같아요. 아이들 보고 몸도 마음도 추스리러 한 3개월 미국에 들어갑니다.그리고 건강이 회복되는대로 다시 중국에 들어가려고 합니다.
아직 못다 한 일이 저희를 기다리고 있으니까요.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 

13년전 모든 좋은 조건을 다 접고 어린 자녀 둘을 데리고 오토바이 하나 사서 훌쩍 중국 연변으로 떠났던 선교사 부인의 편지다. 올해 초, 갑자기 연락을 받았었다. 임파선암 진단을받고 삼성병원에 있노라고. 청천의 벽력과 같은 소식이었다.
어느 누구도 하나님 앞에 귀하지 않은 존재는 없겠으나 지난 3,4년간 하나님 안에서 함께 어우러져 보낸 시간 동안 그로 인하여 마음 상하거나,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한다거나, 마음 섭섭했던 일이 단 한번도 없었던 아름다운 여인이었다. 세상적인 모든 것을 갖추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처음에는 선교현장에서 갈등도 많이 있었지만 날마다 가꾸어 가시는 하나님의 손길속에서 지금은 너무나 귀중한 사역을 감당하는 한 사람의 선교사로 그 사명을 감당하고 있던 그녀였다. 3월초 쯤 병원으로 방문했을 때, 무척 힘들어 하던 그녀를 보며 내 기도수첩의 1위에 그 이름을 올려놓았었다. 언젠가 이런 감사의 날이 올 것을 기다리면서........

참 좋으신 우리 하나님 아버지 앞에 이 아침에도 감사와 찬양을 올려 드린다.
베란다 창문 밖으로 알록 달록 물든 예쁜 단풍잎을 바라보며 그 아름다움과 신비함에 도취해 본다. 그 느낌과 감사는 조금, 아니 많이 다를지 모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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